고양시 도시마케팅을 위한 제언 ⑪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항구도시 생말로(Saint-Malo)는 1948년부터 12년간 재건사업을 통해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건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출처 = 생말로 관광청]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항구도시 생말로(Saint-Malo)는 1948년부터 12년간 재건사업을 통해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건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출처 = 생말로 관광청]

[고양신문] 영국의 대학에서 이벤트경영학을 전공하고 MICE산업 분야에서 4년여 동안 일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도시가 MICE산업 육성을 위해 컨벤션센터를 짓고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며 센터 주변에 호텔들을 유치하는 것을 봐왔다. 

주된 목적은 비즈니스 이벤트인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and Exhibition) 행사를 유치·개최해 도시에 사람을 끌어들이고 연관된 경제·사회활동을 통해 도시에 경제·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인프라를 잘 갖추고 많은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개최지인 도시의 매력을 국제무대에 알리는 목적지 마케팅(Destination Marketing)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를 소개하기 위한 로고나 슬로건, 교통과 관광인프라, 평판, 문화, 환경, 사람들의 특성 등 도시를 대표할 유무형의 소재가 필요하며, 이러한 것들을 아울러 도시의 브랜드 자산이라고 한다. 잘 갖춰진 브랜드 자산은 목적지 마케팅을 쉽게 만들며,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목적지 마케팅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도시브랜딩 전문가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는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시들이 상품, 서비스, 이벤트, 아이디어, 방문객, 재능, 투자, 영향력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데 완벽한 메타포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화의 현실이다”라고 했다. 잘 구축된 도시브랜드는 사람들에게 기대감과 신뢰감을 주고 비즈니스를 위해서, 여행을 위해서 또는 투자를 위해 도시를 방문할 지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2018년 한국 컨벤션 유치경쟁력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행사 개최지 선정 사유에 첫 번째가 개최지의 매력도였다.

로마 콜로세움 [출처 = 구글 이미지]
로마 콜로세움 [출처 = 구글 이미지]

역사적 명소로 브랜딩에 성공한 도시들 
유럽은 다른 대륙에 비해 문명의 발달이 빨랐으며 그리스·로마의 건축에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의 예술사조와 함께 다양한 양식의 전통 건물들이 보존돼 있거나 복원해 유지하고 있다. 고대 로마 시대의 대표적 건축양식인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은 비록 원형 그대로 보존되지는 않았지만, 그 역사적 가치는 그대로 남아 있어 매년 전 세계에서 7백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다. 

6세기 초 수도사의 거주지로 설립된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항구도시 생말로(Saint-Malo)는 16세기 한때 해적의 근거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곳이기도 하다. 도시는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폭격 때문에 완전히 파괴됐다. 그러나 1948년부터 12년간 재건사업을 통해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건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12세기에 세워진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 안에 있노라면 마치 중세시대에 와 있는듯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뉴욕 브로드웨이 [출처 : www.easyviaggio.com]
뉴욕 브로드웨이 [출처 : www.easyviaggio.com]

특화산업으로 브랜딩한 도시들
세계 경제수도라고 불릴 만큼 비즈니스, 금융이 발달한 뉴욕은 사실 우리나라의 도시보다 역사가 깊은 도시가 아님에도 문화예술, 패션, 금융, 광고 등 산업의 발달로 유명해진 도시로 비즈니스, 교육, 예술과 관련한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뉴욕하면 많은 이들이 타임스퀘어의 옥외전광판을 떠올린다. 1899년 오스카가 최초로 극장을 세우면서 브로드웨이 공연문화가 시작됐고 뉴욕은 극장의 수도로 간주 됐으며, 이미 1904년에 400개가 넘는 극단이 순회공연을 했다. 타임스퀘어는 곧 극장산업에 의해 지배된 것이다. 점차 공연장, 상점, 의상, 조명 및 메이크업 회사의 본부, 극장 인쇄기와 신문이 이 지역에 집중됐다. 이후 타임스퀘어는 황금기를 거치면서 1960년대 범죄와 폭력, 마약거래, 자유지상주의로 인한 성 산업이 지역의 지배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 1970~80년대에는 범죄의 소굴로 전락했다. 

1984년 뉴욕시 당국은 범죄와 황폐화의 손아귀에서 지역을 ‘회수’하도록 하는 42번가 개발프로젝트를 뉴욕주 도시개발공사(UDC)에 할당했다. 그러나 개발계획은 많은 비판에 직면해 수년 동안 취소되며 진행되지 못했다. 

1993년 UDC는 그래픽 디자이너, 조명컨설턴트와 건축가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팀을 고용했다. 이들은 42번가 스케치에 투자자 유치, 구 건축물과 새 건축물의 병치, 혼합, 조명 사이니지 계획을 담았다. 험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월트디즈니의 New Amsterdam 극장 재건, Hilton 호텔, Marriott 등 주요 호텔 체인이 들어서고 상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활발해졌다. 42번가 개발프로젝트는 지역개선을 위해 노력한 지역 기업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의 노력이 함께하며 성공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후반 이 구역은 세입자가 크고 밝은 표지판을 표시해야 하는 도시의 유일한 구역이 됐으며 계획대로 타임스퀘어는 옥외 광고물들이 즐비하면서 그 자체가 세계의 관광명소가 됐다.

뮤지컬의 본고장 뉴욕은 이제 전 세계인이 연말에 오래 머물며 매일 밤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을 돌면서 모든 공연을 보고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되는 새해(New Year) 행사에 함께하는 꿈을 꿀만큼 매력적인 도시가 됐다.

헐리웃 사인 [출처 = 이슈트리]
헐리웃 사인 [출처 = 이슈트리]

영화산업의 메카, 길을 가다 보면 유명 영화배우가 스쳐 지나갈 것 같은 헐리웃 거리. 오래된 유명 극장들이 모여있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머물며 갓 공개된 헐리웃 영화들을 극장마다 순회하며 보고 싶은 간절함이 들게 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워더브러더스 같은 대형 영화 스튜디오들은 명화 세트장을 보존하고, 흥행한 영화 캐릭터를 활용한 체험 공간을 마련해 방문자에게 영화 속으로 들어갈 기회를 제공한다. 온종일 있어도 다 체험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영화산업의 발달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도시에는 많은 관광객의 유입뿐만 아니라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등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사도 개최된다. 또한,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영화 관련 비즈니스들이 이루어질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일산 호수공원
일산 호수공원

고양시 도시브랜딩의 현주소와 미래
목재 건축양식이 주인 한국은 외세의 침략,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건물이 소실돼 전통 건물의 보존이 어려웠다. 전쟁의 폐허 위에 거처 마련과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건물들이 지어졌고, 현재 고양시 주교동처럼 특색 없는 건물들이 모여있는 구도심으로 분류되는 지역이 많다. 행주산성, 밤가시 초가, 벽제관지, 흥국사 등 몇몇 역사유적지가 있지만 잘 보존되고 시간과 예산을 들여 복원한 유럽 도시들의 규모와 비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수도 서울과 인접해 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근대 산업도시로 성장하지 못하고 농경산업 도시에 머물던 고양시는 신도시 개발정책에 따라 일산, 화정 등 택지개발이 이루어지고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농업 이외의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고양시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화훼산업을 특화하고 20년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꽃박람회를 개최해 도시를 알려왔다. 고양꽃박람회와 꽃박람회 개최장소인 일산호수공원은 이제 고양시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고양시는 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고 있다. CJ라이브시티를 중심으로 한 한류문화산업 육성, 방송영상산업 육성, 마이스산업의 확대 등 브랜드 자산들이 구축되고 있으며, 3~4년 후 고양시가 아시아의 헐리웃으로, 전 세계인이 찾는 K-POP 성지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관련 산업전문가들과 기업들이 모여들 것이고 끊임없이 회의가 열릴 것이고 많은 이벤트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에 특화될 한류문화산업, 방송영상산업과 함께 MICE산업이 활성화되고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김나경 고양시 브랜드기획팀장
김나경 고양시 브랜드기획팀장

유럽의 도시들이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수백 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며, 생말로나 뉴욕의 재건사업은 10년, 20년 이상이 소요됐다. 헐리웃의 명성 또한 영화의 역사와 함께 한 긴 세월 위에 쌓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시브랜딩은 글로벌 시대에 도시가 정체되거나 후퇴하지 않고 활력을 갖고 살아 숨 쉬는 도시가 되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다. 브랜드 자산의 구축과 브랜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잘 만들고 많이 알리고 긴 호흡을 가지고 좋은 평판을 얻도록 도시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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