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오늘 아침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배회하던 고향의 자연이 떠오릅니다. 내 고향은 화악산과 명지산의 기운이 뻗쳐 내려오는 가평. 강가와 산, 계곡과 들판을 놀이터 삼아 뛰어 놀면서 심연 깊숙이 마음을 키웠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자연과 교감하며 읽었던 그 장소와 그 친구들이 떠오르고 새로운 풀과 물고기를 보면 신기해했던 그 마음도 생각납니다. 1000m 이상의 고봉이 자리 잡은 산세와 물줄기는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았고 그 힘으로 지금껏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범대 졸업 후 교사로 근무하면서 나름의 목표를 향해 걸어왔지만 무언가 빠진 듯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아쉬움은 불경과 수묵화와 주역으로 눈을 돌리게 하였고, 내 안에 또 하나의 내면의 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든 그 공간도 찬바람 들어왔다 빠져나가 듯 한 번씩 휑하게 빠져 나가 한 소식 기다리는 마음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올해 39년 10개월 16일, 수학기간을 합하면 55년간의 학교생활을 마감하면서 주기적 출퇴근에서 벗어나 '어떻게' '무엇을' 이란 주제에 부딪혀 다시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니, 어릴 적 자연이 주는 그 마음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밖이 아닌 내 안으로 들어갈 때 뭔가 가닥이 잡혀가는 그 느낌, 다시 어렸을 적 원시적 충동이 되살아났습니다.
지금은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수려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캠핑장이 된 자라섬. 그 자라섬이 보이는 둑길 따라 걸었던 나의 등교 길은 풀잎에 맺힌 이슬이 발목을 적시곤 했지요. 북한강의 물줄기와 병풍처럼 둘러친 진초록의 산은 든든한 부모님이었으며, 강가의 모래와 자갈들은 같이 걷는 다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올해 퇴직을 해서 혼돈과 어색함은 있었지만 어렸을 적 '자연', 그 힘이 나를 지키고 나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작은 정원을 가꾸며 찾아오는 이들과 마주합니다. 다섯 평 농토이지만 이모작하여 생산물을 섭식하며 건강을 도모하구요. 과거 동료들과 산에 오르고, 정발산과 호수공원을 산책합니다. 군부대 봉사활동으로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퇴직 전 준비한 상담과 미술심리치료기법을 활용하여 사회적 협동조합 마음 등대에서 특별교육과 봉사활동도 합니다,
고양국제고등학교 운영위원을 맡고, 고양교육청과 고양시청에서도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서예와 주역 공부와 불교 공부를 함께하며 나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일상 속 관계 맺기도 빠뜨릴 수 없고요. 새로운 장이 열리고 새 무대가 주어지면 그에 맞는 나의 노래와 춤을 출 것입니다. 어릴 적 자연에서 배운 것들이 자라 내 마음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겠지요. 자연이라는 선물에 기대어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노년의 큰 기쁨입니다.
수많은 별들 중에 북극성의 존재로 하늘의 질서를 잡듯 자연으로 나를 잡아가는 노년이길 두 손 합장하여 기도합니다.
박현서 건강넷/전 목암중 교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