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공동 기획연재 암, 이겨낼 수 있다 ③ - 갑상선암
갑상성호르몬이 몸의 항상성 유지
갑상선암의 약 95%는 분화성 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 시행
재발 안 되면 자연수명까지 살아
기획연재 순서
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 소개
② 유방암
③ 갑상선암
④ 폐암
⑤ 위암
⑥ 부인암
⑦ 대장암
⑧ 간암
⑨ 췌장암·담도암
⑩ 비뇨기암(전립선·방광·신장암)
⑪ 두경부암
⑫ 혈액암
⑬ 뇌종양
⑭ 암평생클리닉
※ 연재 순서와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고양신문] 환갑 기념으로 미국여행을 다녀온 후 어머니는 한동안 쉰 목소리로 말씀을 하셨다. 처음엔 시차 적응이 안 되고 여독이 덜 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이 지나도 어머니의 쉰 목소리는 계속됐다.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도 증상은 가라앉지 않았다. 담당 선생님은 갑상선 전문의에게 진료를 의뢰했고, 영상·조직검사 결과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그런데 담당 의사는 암세포가 기도와 식도 그리고 경동맥에 걸쳐 딱딱하게 붙어 있어 수술이 불가하다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수술실을 나왔고, 바로 이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했다. 그 곳 의료진들도 수술에 대한 고민이 지속됐고, 결국 개인적으로 수소문 끝에 수술이 가능하다는 병원을 찾았다.
치료 가능여부 냉정히 구분해야 명의
담당 의사는 기도, 식도, 경동맥을 암세포와 함께 부분 절개해내고 다시 잇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외과, 신경과 등 5개 과 전문의가 24시간을 함께 시행해야 하는 대수술이었다. 담당 전문의도 “그동안 수술이 총 40회가 안 될 정도로 드문 케이스”라고 했다. 여차하면 어머니가 마루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수술을 포기했다.
그 후 어머니는 갑상선암과 친구가 돼 함께 생활하며 7년을 더 사셨다. 어느 순간부턴가 목에 주먹만 한 혹이 생겼고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기자가 20년 전 실제 겪었던 어머니의 사례다.
임치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암센터장은 “명의란 내가 치료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냉정하게 구분해 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치료하기 힘든 환자를 억지로 붙잡아두다가 병이 더 심해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며 “어머니와 같은 케이스는 지금도 굉장히 찾아보기 힘든 경우지만, 최근엔 ‘난치성갑상선내분비암연구회’ 같은 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수술 기법도 크게 발달해서 20년 전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갑상선호르몬, 체온유지하고 에너지도 조절
갑상선은 목의 중앙에 위치하는 장기다. 목의 앞부분을 만져보면 툭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있다. 울대라고 부르는 부분인데 남자에게는 뚜렷하게 보이고 만져지는데 울대의 정확한 명칭은 갑상선 연골이다. 갑상선은 이 갑상선 연골의 바로 아래에 있다. 갑상선 바로 위에 있는 이 연골이 갑옷을 닮아서 갑상선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고, 그 길이는 4~5cm, 넓이는 1~2cm, 두께는 2~3cm, 무게는 15~20g 정도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공급하죠. 그 호르몬은 우리 몸의 모든 장기에 작용합니다. 사람과 같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물은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를 태운 열로 체온을 유지하는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갑상선호르몬이에요. 에너지 소비를 조절해주고, 신경계 발달과 기능유지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호르몬은 너무 많거나 또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박경혜 내분비내과 교수
갑상선암, 분화암과 저분화암으로 나뉘어
요즘은 건강검진이 보편화돼 갑상선 질환 발견도 늘고 있다. 갑상선 질환은 크게 기능에 대한 질환과 모양에 대한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갑상선 기능이상이 오고, 갑상선 모양에 문제가 있으면 갑상선비대, 갑상선염, 갑상선결절이 나타난다. 갑상선 기능은 혈액검사로, 갑상선 모양은 갑상선초음파로 확인한다. 갑상선결절 중에서 악성인 경우가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분화암과 저분화암으로 나뉠 수 있고, 조직학적 모양과 암의 기원세포나 분화 정도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유두암이나 여포암 같은 분화 갑상선암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는데, 조기에 진단하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높은 생존율을 보여서 다른 암에 비한다면 비교적 예후가 좋은 질환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임치영 갑상선외과 교수
특별한 증상 없어 대부분 우연히 발견
갑상선암은 비교적 서서히 자라고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는 것이 문제다.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유일하게 입증된 위험인자가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 유출처럼 방사선 과다노출이다. 갑상선암은 만져보는 것만으로는 암인지의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검사를 하지 않는 한 진단받는 경우도 드물다.
“기자님 어머니처럼 쉰 목소리가 만일 갑상선암 때문이었다면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요. 유방암 등 여성암 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고, 크기도 대부분 1cm 미만으로 무증상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갑상선초음파 검사를 통해 굉장히 작은 암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초음파 검사이고 혹의 모양이나 성상을 보고 조직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하죠. CT를 통해서는 갑상선암이 주위 조직으로 퍼진 정도나 림프절 전이 유무와 혈관 변이 여부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 유재경 영상의학과 교수
수술 후 사후관리·정기검진 꼭 해야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갑상선 유두암은 위암이나 폐암 등 다른 암과는 달리 치료가 잘 되고 수술 후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암의 주된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
“분화 갑상선암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당연히 수술입니다. 1cm 이상의 갑상선암은 갑상선 전절제를 하고 수술 후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와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억제 치료를 합니다. 재발하거나 전이된 경우에는 최대한 암종을 절제하고 고용량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죠.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면 수술 후 눈에 보이지 않게 남아 있는 갑상선 세포를 제거해 암의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요오드 흡착이 안 되는 경우에는 외부 방사선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미분화암은 진단 시 이미 수술이 불가능하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 등도 거의 효과가 없어서 보통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임치영 갑상선외과 교수, 김선정 핵의학과 교수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 후에 갑상선 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을 제거했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술 후 호르몬제 복용을 소홀히 하거나, 특히 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종료되는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재발 여부에 대한 검사를 소홀히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는 접근법이 달라야 합니다. 다른 암은 보통 완치나 사망에 대해 5년을 기준으로 잡지만, 갑상선암은 통계적으로 보면 10년 이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요. 수술을 통해 암종을 제거하고, 보조 요법을 활용해 원격전이를 최소화하면서 1년에 한 번씩만 정기검진을 통해 재발여부만 제대로 점검하고 관리한다면 원래 자연수명까지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 임치영 갑상선외과 교수
“다른 암종과는 달리 갑상선암 환자들은 수술 이후 5년 동안 경과가 좋아도 10년 20년 이상 꾸준히 관찰해야 합니다. 수년간 검사 없이 지내다가 재발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엔 의사로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또한, 전절제술을 한 환자들은 재발 여부와 관계없이 평생 호르몬을 보충해야 하는데 간혹 치료가 끝났다고 오해하고 호르몬제를 보충하지 않아서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분을 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이 치료 및 진료가 끝났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입니다. 환자들과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쌓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5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정기검진을 통해 반드시 재발 여부를 점검하도록 끊임없이 설명하고 부탁드립니다.” - 박경혜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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