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키워드로 열어가는 <고양 역사이야기>⑨

고양시에 있는 북한산과 북한산성
연평균 500만명이 다녀가 기네스북에도 오른 수도권의 명산 북한산. 아무리 북한산이, 그중에서도 상징적인 세 봉우리인 백운봉, 만경봉, 인수봉 즉 삼각산이 모두 고양시에 있다고 말해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부분이 서울의 땅이라고 알고 있다. 사실 북한산의 전체 면적은 77.3㎢이고 이중 서울이 37.5㎢(6개 구), 경기도가 39.8㎢(3개 시)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고양시는 앞서 말한 삼각산을 포함하여 16㎢, 전체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기초 자치단체로서는 가장 넓은 면적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산은 고양시에 있다”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북한산은 수려한 계곡과 기암괴석, 등산로, 그리고 희귀한 동식물, 소중한 문화유산 등을 수없이 품고 있어 20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단연코 명승인 삼각산과 국가사적인 북한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삼각산을 이루고 있는 백운봉·만경봉·인수봉 세 봉우리는 모두 고양시에 속하고 북한산성은 서울시와 고양시 땅에 동시에 걸쳐 있지만 고양시가 70%, 서울시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고양시민이 북한산과 북한산성에 대해 주인행세를 한다고 해서 크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효봉에서 바라본 삼각산. 사진제공 이재용 작가.
원효봉에서 바라본 삼각산. 사진제공 이재용 작가.

조선후기 도성방어 시스템의 완결판
임진·병자 양난을 겪으면서 조선 왕실의 명예는 끝간 데 없이 추락한다. 선조(宣祖, 재위 1567~1608)는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했으며 인조(仁祖, 재위 1623~1649)는 청 태종 앞에서 삼전도의 굴욕을 감수해야만 했다. 임금은 백성을 지켜주지 못했고 분노한 백성은 임금을 원망하며 궁궐에 불을 질렀다. 

병자호란 이후 40여 년이 흐른 뒤 즉위한 숙종(肅宗, 재위 1674~1720)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우선 한양도성과 강화산성, 문수산성(김포) 등 수도권의 방어체계를 보완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전국의 주요 군사요새를 점검하고 개축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유사시 임시수도로 정해진 남한산성과 강화도는 어차피 도성을 포기해야하는 선택이며 위급 시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에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 북한산성의 축성이었다. 숙종은 즉위 37년인 1711년 오랜 기간 동안 뜨거웠던 찬반 논쟁을 끝내고 북한산성의 축성을 실행에 옮긴다. 

북한산성 행궁지 발굴 모습. 사진제공 북한산성문화사업단.
북한산성 행궁지 발굴 모습. 사진제공 북한산성문화사업단.

북한산성은 총 길이가 11.6㎞이며 백운봉, 보현봉, 의상봉, 원효봉 등 16개의 주요 봉우리를 연결하여 수도권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자연암반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함으로써 완벽한 방어시스템을 갖춘 산성으로 탄생한 것이다. 성을 쌓는 데에는 당시 도성방위를 담당하였던 삼군영(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의 인력과 승병, 전문인력이 동원되었다. 이들은 그 이전에 시행되었던 많은 축성경험을 바탕으로 18세기 조선의 토목과 건축기술의 결정체를 만들어 냈다. 축성기간도 1711년 4월부터 10월까지 단 6개월 만이 소요되어 정말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우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4개월 만에 완성한 것이다. 또한 성내에는 행궁, 경리청(관성소), 창고, 군사 주둔지, 승영사찰 등 유사시 도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 갖추어졌다. 

북한산성이 완성되고 7년 후인 1718년에는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탕춘대성도 수축한다. 이로써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일체형의 완벽한 조선후기 도성방어시스템이 완성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은? 
병자호란 시 인조가 피난갔던 남한산성은 지난 2014년 “동아시아 성곽기술의 교류와 화약무기 등장 이전과 이후의 축조기술의 차이를 보여주는 축성술의 교과서”라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2009년에 경기문화재단의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이 출범하고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후보에 선정된 이후 5년 만의 쾌거였다. 

고양시와 경기도, 경기문화재단은 남한산성에 이어 북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2011년 고양시청(문예회관)에 사무실을 둔 ‘북한산성문화사업단’을 발족하였다. 이후 사업단은 북한산성의 정밀 지표조사, 성곽보수, 행궁지 발굴조사, 종합정비계획, 각종 학술 및 기록화 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하며 준비과정을 밟아왔다. 이어 이러한 일련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문화재청에 잠정목록 등재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유산의 완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양도성과 연계할 것을 권고 받는다. 

국가사적인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은 그 관리주체가 해당 자치단체이다. 즉, 한양도성은 서울시, 북한산성은 고양시,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 그렇다보니 세계문화유산 등재 업무 역시 각각 별도로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시도 그동안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오랜 준비를 해왔으며 2012년에는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2017년 현지 실사결과 ‘등재불가’ 권고를 받아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재청으로부터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을 연계하여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라는 ‘도성방어 시스템의 완성’을 탁월한 보편적 가치로 권고 받은 것이다. 

구글맵을 이용하여 도면화한 한양도성, 탕춘대성, 북한산성. 사진제공 경기문화재단 박현욱.
구글맵을 이용하여 도면화한 한양도성, 탕춘대성, 북한산성. 사진제공 경기문화재단 박현욱.

결국 공통된 권고를 받은 고양시(경기도, 경기문화재단)와 서울시는 2021년 원팀을 꾸렸고 2022년 12월에는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이 ‘우선등재목록’으로, 금년도 4월에는 등재후보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문화재청의 권고에 따라 오는 9월에 새롭게 도입된 예비평가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하여야 하며 내년 10월 경 등재대상 신청 여부가 결정된다. 

고양시는 북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10년 이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좀 더 일찍 유산의 실체를 인식하고 서울시와 협력했더라면 가는 길이 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걸어오면서 북한산성의 새로운 가치들을 기대 이상으로 많이 발견하였고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당위성을 충분히 만들어 냈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와있다. 북한산성이 한양도성, 탕춘대성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북한산과 함께 고양시민들의 문화적 자부심 속에 자랑스럽게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1. 『성(城)과 왕국』 (조윤민, 경기문화재단 북한산성문화사업팀, 주류성 출판사, 2013년)
2.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북한산성의 군사경관 해석에 관한 연구」 (박현욱, 건국대학교 대학원, 2021년) 
3. 「조선 후기 북한산성의 축성과 운영체계」 (백종오), 『북한산성 행궁지 종합정비기본계획』 (경기문화재연구원, 2009년)  

윤병열 전 고양시 문화유산 관광과장
윤병열 전 고양시 문화유산 관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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