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고양누리길(1) 북한산누리길

북한산둘레길 고양시구간 6.97km
고양누리길 첫 번째 코스로 명명 
북한산전망대의 인수봉·백운대 ‘절경’

크고 작은 계곡 대여섯 번 건너며
산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소리 감상
역사와 전설, 사람 사는 풍경 두루두루

사기막교에서 올려다본 백운대와 인수봉 절경. 
사기막교에서 올려다본 백운대와 인수봉 절경. 

[고양신문]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하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휴가철이라지만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국내여행을 나서는 것조차 적잖은 마음의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참에 가까운 우리 동네의 풍경을 찬찬히 마음에 담아보면 어떨까.

1코스 북한산누리길부터 마지막 바람누리길까지, 총 14개 코스가 정비된 고양누리길은 북한산 부터 한강기슭까지 고양시 구석구석의 산길, 물길, 들길을 촘촘히 이어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인의 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정겹고 멋진 풍경들이 보물찾기 쪽지처럼 고양누리길 곳곳에 숨겨져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누리길 나들이 연재를 시작한다. 

북한산누리길의 출발점인 솔고개에 설치된 안내도.  
북한산누리길의 출발점인 솔고개에 설치된 안내도.  

북한산둘레길 충의길~효자길~내시묘역길 

고양누리길 1코스 ‘북한산누리길’은 이름이 말해주듯 북한산 아랫자락을 따라 걷는 길이다. 사실 북한산누리길은 애초 고양누리길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성한 북한산둘레길 중 고양시를 지나는 코스(12구간 충의길, 11구간 효자길, 10구간 내시묘역길) 일부를 따로 잘라서 고양시가 살짝 숟가락 얹듯 명명한 길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자체, 또는 관리주체가 하나의 길을 서로 다른 둘레길 코스로 이름 붙이는 경우는 다른 곳에서도 흔한 일이다.

코스는 고양시와 양주시의 경계인 솔고개에서 출발해 북한산전망대~사기막골계곡~밤골계곡~효자비입구~북한천계곡~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를 거쳐 북한산성입구 버스정류까지 총 6.97km에 이르는 길이다. 오르내림이 있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은,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비록 고양시에서 직접 정비한 길은 아니지만, 고양의 주산인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와 크고 작은 계곡들을 차례차례 만날 수 있어 고양누리길 첫 코스라는 상징성에 값하고도 남는다. 

고양누리길 '북한산누리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정비한 '북한산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고양누리길 '북한산누리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정비한 '북한산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고양-양주 경계 솔고개에서 출발

나들이를 시작하려면 북한산성입구를 지나 송추 방향으로 달리는 34번이나 704번 버스를 타고 ‘솔고개·교현예비군훈련장’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정류장 부근에는 고양시와 양주시의 경계를 표시하는 입간판이 마주보고 있는데 한쪽에는 ‘평화의 시작 미래의 중심 고양’이라고 적혀 있고, 또 하나에는 간결하게 ‘감동 도시 양주’라고 적혀 있다. 마침 근처에 편의점도 있어서 나들이에 필요한 간식거리 등을 챙기기에 좋다.  

북한산누리길의 시작을 알리는 종합안내도의 지시를 따라 상장봉을 바라보며 마을길로 들어서면 ‘충의길 구간’을 알리는 북한산둘레길 목조 게이트가 나타나고, 본격적인 숲길 나들이가 시작된다. 나무그늘 시원한 오솔길과 계단, 데크가 번갈아 나타난다. 국립공원에 조성한 둘레길답게 안전시설도 코스안내도 잘 정비됐다. 가끔씩 고양누리길을 표시하는 리본도 양념처럼 나뭇가지에 반갑게 매달려 있다. 

길 중간중간 걸려 있는 고양누리길 안내 리본.
길 중간중간 걸려 있는 고양누리길 안내 리본.

첫 번째 포토존 북한산전망대

오솔길을 걸은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북한산누리길의 첫 번째 전망포인트이자 포토존인 북한산전망대가 나타난다. 울창한 나무에 가려 답답했던 시야가 어느 순간 열리고, 북한산 암봉들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인수봉과 백운대, 그 사이의 숨은벽, 오른쪽으로 염초봉이 어깨동무를 한 모습이 당당하고 멋지다. 좀처럼 눈에 안 띄는 북한산의 북서면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명당이다. 나무데크로 넓찍하게 꾸며놓은 전망대 쉼터도 물 한 모금 마시며 땀을 식히기에 좋다.

북한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염초봉(왼쪽부터).
북한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염초봉(왼쪽부터).

신령한 기운 서린 사기막골계곡 

북한산누리길의 두 번째 매력은 바로 북한산자락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물길들이다. 내리막길 끝에는 대개 작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타나고, 다리 아래에선 어김없이 맑고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북한산둘레길 11구간 효자길이 시작되는 사기막교 위에서 바라본 사기막골 계곡의 경관이 압권이다. 북한천 다음으로 수량이 풍부한 사기막골 계곡은 생태보전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무성하게 자란 수풀과 관목들이 화강암 계곡을 뒤덮은 풍경이 자못 신령한 기운을 전한다. 사기막교 위에서 올려다보는 백운대와 인수봉의 경관 또한 계곡 풍경과 어우러져 또 다른 쾌감을 안겨준다.
사기막골 외에도 밤골계곡, 신둔계곡. 북한천계곡, 그리고 이름 없는 작은 개울들이 북한산누리길을 찾은 나들이꾼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사기막교에서 노고산 방향 하류쪽을 바라본 모습.
사기막교에서 노고산 방향 하류쪽을 바라본 모습.

밤골 국사당과 효자비 마을   

사기막골 안쪽에는 오랫동안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민간이 통행이 통제됐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야영장’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어떤 형태의 야영장을 만들려는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군부대 울타리를 따라 오르막길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서로를 감싸듯 하늘로 뻗어 올라간, 모양이 특이한 소나무 두 그루를 만날 수 있다. 

밤골계곡 다리를 건너 밤골공원지킴터에 도착하면 국사당이라는 커다란 굿당집을 만난다. 예로부터 민간신앙의 숭배 대상이었던 북한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덕인지 지금도 국사당에서는 커다란 굿판이 수시로 열린다고 한다. 

국사당 주차장에서 왼쪽 산길로 접어들어 산성탐방지원센터 이정표를 따라 조금만 가면 조선시대의 소문난 효자 박태성과 호랑이의 전설이 적힌 안내판이 나타난다. 효자동이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대로변에는 큰 식당도 두어 곳 있다.

박태성 효자와 호랑이의 전설을 소개하는 안내판.
박태성 효자와 호랑이의 전설을 소개하는 안내판.

자연과 사람의 영역 넘나드는 매력

길은 다시 이정표를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일부 사유지를 통과하느라 궁색한 길을 여러 번 지나야 한다. 좁은 개울 옆 둑방길을 지나기도 하고, 폭이 50cm도 안되는 펜스 옆길을 겨우 빠져나가기도 한다.

누리길을 걷다 보면 엔젤보스톤농원, 관세농원. 효자농원 등 다양한 이름의 농원 간판들도 만난다. 그런가 하면 낮은 담장 너머 마당에 예쁜 화단을 가꿔놓은 마을 골목길을 지나기도 한다. 산과 들녘,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둘레길 나들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산 아랫마을 골목길의 화사한 꽃담.
산 아랫마을 골목길의 화사한 꽃담.

작은 폭포들이 합창하는 북한천계곡

마을길에서 내려오면 700m 정도 큰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다행히 가로수로 벚나무가 줄지어 있어 그늘을 만들어준다. 도로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인 화살표를 따라 오솔길로 올라서면 북한산둘레길 내시묘역길 구간이 시작된다. 마을길과 오솔길을 번갈아 걷다 보면 큰 물소리가 종착지에 가까웠음을 알린다. 북한산성 안쪽 중흥동에서 흘러내려오는 북한천 계곡이다.

여러 개의 작은 폭포들이 청량한 화음을 연출하고 있는 북한천 계곡 다리를 건너면 북한산누리길의 마지막 포인트인 북한천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남서쪽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얼굴인 원효봉과 백운대, 만경대와 노적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산이 바로 북한산이다. 

북한천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곡 풍경.
북한천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곡 풍경.

고양누리길 1코스 북한산누리길이 끝나는 북한산성국립공원 입구에는 식당과 카페, 아웃도어매장이 모여있는 상점가가 조성돼 있다. 나들이길을 동행한 이가 있다면 저녁 햇살에 일제히 얼굴을 붉힌 북한산의 봉우리들을 뒤돌아보며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나눠도 좋으리라. 

고양누리길의 근사한 애피타이저 북한산누리길을 맛보고 나니, 남아있는 13개의 코스요리를 차례차례 맛볼 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미지 출처=고양누리길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고양누리길 홈페이지]

❚북한산누리길 걷기 정보
- 코스 길이 : 6.97km
- 소요 시간 : 느긋한 걸음으로 2시간 40분
- 출발점 : 34번, 704번 버스 타고 솔고개·교현예비군훈련장 정류장에서 하차 
- 도착점 : 북한산성 입구 버스정류장 앞 고양누리길 이정표
- 경관포인트 : 북한산전망대, 사기막교, 북한천전망대 
- 화장실 : 3곳(사기막공원지킴터, 밤골공원지킴터, 북한산성탐방객지원센터)

북한산둘레길 구간을 표시한 목조 게이트.
북한산둘레길 구간을 표시한 목조 게이트.
나무데크 위의 멋진 포토존. 
나무데크 위의 멋진 포토존. 
밤골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 
밤골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 
대로변을 잠시 걷는 구간이 있지만, 벚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준다.  
대로변을 잠시 걷는 구간이 있지만, 벚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준다.  
북한산 아랫자락에 터 잡은 오래된 마을길. 
북한산 아랫자락에 터 잡은 오래된 마을길. 
나무 그늘 시원한 숲길. 
나무 그늘 시원한 숲길. 
북한산누리길에서 만나는 멋진 카페 중 한 곳인 '북한산 플레이'.
북한산누리길에서 만나는 멋진 카페 중 한 곳인 '북한산 플레이'.
북한산성 입구 버스정류장이 북한산누리길의 종착점이다. 
북한산성 입구 버스정류장이 북한산누리길의 종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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