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고양누리길(2) 한북누리길

북한산~노고산~오송산, 한북정맥 잇는 6.5km
창릉천과 북한산 절경 어우러지는 사곡교 전망
중고개 옥녀봉 여석정… 이야깃거리 곳곳에

호젓하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참나무숲 오솔길
하나둘 자취 감춘 지축동·오금동 자연마을들
삼송역 주변 변화 보여주는 여석정에서의 조망 

고양누리길 나들이 연재를 시작하자 이곳저곳에서 반가운 반응들이 도달했다. 고양누리길의 운영 주체인 고양시 녹지과에선 고양누리길 공식 카카오톡 채널에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몸도 마음도 답답한 시절, 길을 나서고픈 독자들과 함께 걷는다는 마음으로 고양누리길 2코스는 ‘한북누리길’ 나들이를 시작한다. 

한북정맥에 닿아있는 노고산과 오송산

한북누리길이라는 이름은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려와 북한산과 노고산을 지나 한강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인 한북정맥(漢北正脈)에서 따 온 이름이다. 북한산과 노고산 뿐 아니라 견달산과 고봉산 역시 한북정맥에 속한다고 하니, 우리 마을의 친근한 산들이 한반도 지형의 근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코스는 북한산성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북한산온천 ▶노고산 중고개 ▶옥녀봉 ▶오금상촌공원 ▶오송산숲길 ▶싸리나무쉼터 ▶오동나무쉼터 ▶여석정 ▶통일로 ▶삼송역까지 이어지며, 총 길이 6.5km로 느긋한 걸음으로 2시간 20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이중 중고개와 옥녀봉까지의 전반부가 노고산 자락이고, 오금상촌공원서부터 통일로까지의 후반부는 오송산이다. 

앞서 소개한 1코스 북한산누리길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성한 길인 반면, 이곳 한북누리길부터는 고양시에서 직접 조성하고 관리하는 길이다. 때문에 이정표와 안내판 등에서 고양누리길 고유의 아기자기한 정보와 디자인 스타일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반갑게 마주치는 한북누리길 이정표. 
반갑게 마주치는 한북누리길 이정표. 

삼송역에서 마을버스 타고 북한산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북누리길 출발점인 북한산성입구로 가려면 삼송역에서 077B 마을버스를 타는 게 가장 편한데, 마을버스 몇 개 노선만 정차하는 미니 정류장이기 때문에 ‘삼송역 6번 출구’를 꼭 기억해야 한다. 또 한가지, 077B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고, 평일과 주말 시간표도 조금 달라 배차시간을 미리 체크하고 가야 한다.   

북한산성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횡단보도 건너편 정류장으로 가면 고양누리길 14코스를 안내하는 종합안내판이 서 있다. ▲1코스 북한산누리길의 종착점이자 ▲2코스 한북누리길 ▲14코스 바람누리길의 출발점이다. 

한북누리길과 바람누리길의 출발점인 북한산성입구 버스정류장의 고양누리길 종합안내판. 
한북누리길과 바람누리길의 출발점인 북한산성입구 버스정류장의 고양누리길 종합안내판. 

북한산과 창릉천 어우러진 사곡교 전망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북누리길의 첫 번째 전망 포인트인 사곡가 나타난다. 사곡교는 창릉천을 가로질러 사곡(寺谷, 절골)마을로 들어서는 다리인데, 여기서의 절은 천년사찰 흥국사(興國寺)다. 

사곡교에서 바라본 북한산은 마치 신령한 산국(山國)의 좌·우 관문처럼 원효봉과 의상봉을 앞세우고 있다. 사곡교 아래로 흐르는 창릉천은 사기막골과 북한천계곡에서 발원해 행주산성 아래에서 한강과 만나는, 고양시의 동남쪽을 적셔주는 물줄기다. 덕양구의 젖줄인 창릉천과 고양 땅의 진산(鎭山)인 북한산이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지는 사곡교 경관은 고양누리길 전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망이다. 그래서일까. 한북누리길 인증 스탬프 부스가 사곡교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사곡교에서 바라본 북한산과 창릉천의 절경.
사곡교에서 바라본 북한산과 창릉천의 절경.
사곡교 부근에 마련된 고양누리길 스탬프 부스. 
사곡교 부근에 마련된 고양누리길 스탬프 부스. 

비젠온천 지나 노고산 중고개로

한가로웠던 사곡마을은 몇 년 사이 신축 건물들이 뻬곡이 들어찬 빌라촌으로 변모했다. 매년 고양누리길을 반복해서 걷다 보면 고양시 구석구석 풍경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자연스레 목도하게 된다.  

빌라촌을 벗어나니 멀리 원효봉과 의상능선 연봉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길가 담장에는 예쁜 글씨로 새겨진 한북누리길 나무표지판이 이어진다. 

중고개를 향해 마을길을 걷다 보면 북한산 비젠 온천이 나타난다. 온천으로 공식 인증을 받은 고양시 유일의 한방온천으로, 온천수에 각종 약용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북한산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좀 더 들어가면 중고개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중고개는 조선시대 전국 각지에서 중흥사와 흥국사를 비롯한 북한산의 여러 사찰로 모여들던 스님들이 넘나들었던 고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고양시 유일의 온천으로 등록된 북한산 비젠온천. 
고양시 유일의 온천으로 등록된 북한산 비젠온천. 

정상 전망이 가로막혀 아쉬운 옥녀봉

돌무지가 있는 고개 중턱에 다다르면,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고민을 해야 한다. 직진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할까, 아니면 왼편의 옥녀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우회코스를 선택할까? 해발 205m로 한북누리길 구간 중 가장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옥녀봉은 주변지역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하지만 옥녀봉 정상을 군사시설이 차지하고 있어서 애써 다리품을 판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나마 겨울철에는 잎을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북한산 봉우리의 장관을 조망할 수 있지만, 녹음이 짙은 여름철에는 시야가 아예 차단된다. 장기적으로 군 당국과 조율을 잘 해서 군사시설 아래쪽에라도 북한산의 비경을 건너다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라도 하나 만들어놓으면 어떨까. 옥녀봉에서 내려오려면 철조망 옆 급경사 계단을 잡풀을 헤쳐나와야 하고, 군부대의 험악한 경고문과도 만나야 한다. 여건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옥녀봉 코스를 과감히 패스하는 게 나을 듯하다. 

군사시설로 가로막힌 옥녀봉 정상 일대. 
군사시설로 가로막힌 옥녀봉 정상 일대. 

중고개에서 내려와 일영로(371번 국도)를 건너면 LH가 단독택지 개발지구 끄트머리에 조성한 오금상촌공원에 닿는다. 한북누리길의 딱 중간지점인 오금상촌공원에는 화장실과 쉼터가 잘 마련돼 있어 잠시 땀을 닦으며 쉬었다 가기에 좋다. 공원 중앙에는 ▲고양누리길 13코스인 오선누리길 종합안내판이 서 있다. 이곳이 오선누리길의 시작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금상촌공원에 설치된 오선누리길 종합안내판.
오금상촌공원에 설치된 오선누리길 종합안내판.

곳곳에 마련된 한북누리길 스토리보드

오송산 숲길로 올라서니 언덕에 몸을 숨긴 육중한 시멘트 벙커들이 나타난다. ‘한북누리길과 군사시설’을 설명해놓은 스토리보드를 읽어보니, 고양에서 양주로 넘어가는 이 부근에서 한국전쟁 당시 커다란 전투가 벌어졌었고 오늘날에도 군사방어의 요충지라고 적혀있다. 이처럼 고양누리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모양도 기능도 다양한 군사시설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고양땅이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지역임을 새삼 실감한다.

군사시설 설명문처럼, 누리길 곳곳에는 ‘이야기와 함께 하는 한북누리길’이라는 스토리보드가 마련돼 있어 ▲덕수천(창릉천의 옛 이름) ▲옥녀봉 ▲중고개 ▲군사시설 ▲북한산 전망대 ▲오송산 옛길 ▲여석정 전망대 ▲의주대로길 등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들려준다. 지나치지 말고 꼼꼼하게 읽어보며 걸으면 고양누리길 나들이가 더 풍성해질 듯하다. 

오송산 숲길 초입에서 만나는 군사시설인 콘크리트 벙커. 
오송산 숲길 초입에서 만나는 군사시설인 콘크리트 벙커. 

오송산 숲길과 북한산 전망대 

오송산 숲길은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참나무숲 그늘이 내내 드리워져 있다. 굽이길도 갈림길도,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평탄한 오솔길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이어진다. 푸르른 나뭇잎 사이로 잘게 부서진 햇살이 반짝이고, 숲의 향기를 품은 흙은 운동화 바닥에 보드라운 촉감을 선사한다. 몸과 마음 어딘가에 쌓여있는 긴장과 걱정을 털어버리고 무념무상 발걸음에 몸을 맡기기에 가장 좋은 길 중 하나가 오송산 숲길이다.

부드럽고 평탄하게 3km 넘게 이어지는 오송산 참나무숲길. 
부드럽고 평탄하게 3km 넘게 이어지는 오송산 참나무숲길. 

산길을 걷다 보면 사각형 정자 형태로 만들어진 싸리나무 쉼터와 오동나무 쉼터가 차례차례 나타난다. 오송산 구간 중간에는 유일하게 살짝 솟아오른 언덕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북한산전망대를 만들어놓았다. 스토리보드에는 인수봉과 백운대를 비롯해 의상봉, 향로봉, 비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의 15개 주요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적혀있는데, 역시나 여름철이라 무성한 수풀이 시야를 좁히고 있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오송산 숲길에 마련된 싸리나무 쉼터. 
오송산 숲길에 마련된 싸리나무 쉼터. 

몰라보게 달라진 지축동·삼송동 풍경

오송산은 지축동과 오금동을 가르는 야트막한 야산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산길 양쪽으로는 지정동, 안진동, 오부자골, 독정마을, 중촌마을, 상촌마을과 같은 자연마을들이 자리했었지만 지금은 지축지구와 오금동 택지지구가 개발돼 상전벽해(桑田碧海), 예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풍경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오송산 구간의 끄트머리이자 한북누리길의 마지막 전망 포인트인 여석정 쉼터다. 여석정(礪石亭)은 ‘숫돌고개 정자’를 한자로 표기한 것인데,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대를 이끌고 온 이여송 장군이 이 고개에서 숫돌로 칼을 갈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축동과 삼송동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여석정 전망대.  
지축동과 삼송동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여석정 전망대.  

이곳에선 북한산, 창릉천, 앵봉산, 망월산 등 주변의 주요 지형은 물론, 조선시대 옛길인 의주대로 일부구간과 오늘날의 1번 국도인 통일로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풍경은 올 때마다 달라진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통일로변 언덕을 따라 들어선 공무원주택 마을과 삼송역 주변의 구도심 지역 외에는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농경지가 펼쳐져 있었지만, 지금은 통일로 양편으로 가득 들어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들이 시야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스토리보드에 첨부된 빛바랜 사진만이 옛 모습을 떠올리도록 돕는다. 이왕이면 화질이 선명한 새로운 사진으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놓아도 좋을 것 같다. 

여석정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축동과 삼송역 부근 풍경. 수 년 사이에 초고층 오피스텔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여석정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축동과 삼송역 부근 풍경. 수 년 사이에 초고층 오피스텔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과거-현재 공존하는 삼송역 구도심 

오송산 숲길을 내려오면 ‘엘리제’라는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나타난다. 통일로를 건너 삼송역을 향해 걷는다. 삼송신도시 개발에 포함되지 않았던 삼송역 주변은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독특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의주로 옛길 주변으로는 지은 지 수십 년 된 집들이 이어지고, 수년 전 문을 닫은 옛 삼송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출출한 속을 채워 줄 맛있는 한 끼로 한북누리길 나들이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코스의 종착점인 삼송역 부근 구도심 상점가에서 노포(老鋪)의 정취를 간직한 골목식당을 한 곳 골라도 좋고, 내친김에 좀 더 걸음을 연장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찾아가도 좋겠다. 기자의 취향은? 당연히 구도심 골목식당 스타일이다. 삼송상점가상인회에 문의하면 맞춤형 맛집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오래된 골목길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의주길 풍경.
오래된 골목길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의주길 풍경.
[이미지출처=고양누리길 홈페이지]
[이미지출처=고양누리길 홈페이지]

❚한북누리길 걷기 정보

- 코스 길이 : 6.5km
- 소요 시간 : 느긋한 걸음으로 2시간 20분
- 출발점 : 북한산성 입구 버스정류장 앞 고양누리길 이정표
- 도착점 : 지하철 3호선 삼송역
- 경관포인트 : 사곡교, 오송산 북한산전망대, 여석정 
- 화장실 : 3곳(북한산성입구, 오금상촌공원, 삼송역)
- 삼송 구도심 골목식당 맛집 문의 : 02-381-3770(삼송상점가상인회) 

북한산성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탈 수 있는 삼송역 6번 출구 정류장.
북한산성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탈 수 있는 삼송역 6번 출구 정류장.
고양누리길 곳곳에서 만나는 길안내 리본. 
고양누리길 곳곳에서 만나는 길안내 리본. 
오송산 북한산전망대의 스토리보드. 수풀이 전망을 가리고 있어서 조금 아쉽다.
오송산 북한산전망대의 스토리보드. 수풀이 전망을 가리고 있어서 조금 아쉽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모습. 발돋움을 하고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모습. 발돋움을 하고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오송산 숲길의 오동나무 쉼터. 
오송산 숲길의 오동나무 쉼터. 
삼송역 구도심, 삼송상점가상인회 회원이 운영하는 매장에는 주인장의 모습을 그려넣은 멋진 외등이 걸려 있다. 
삼송역 구도심, 삼송상점가상인회 회원이 운영하는 매장에는 주인장의 모습을 그려넣은 멋진 외등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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