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 통곡물 전도사 된 사회운동가 강지원 변호사 

건강넷·고양신문 공동진행 건강도시 심층기획
❷ ‘어떻게 나이들어야 할까’ 

검사 옷 벗고 청소년 돕는 삶 선택 
청소년들 도우며 마음에만 집중했는데
통곡물 공부·실천하며 ‘심신일체’ 절감
밥상을 바꾸고 삶을 바꾸는 일에 집중 
집착 놓고 하고 싶은 일하는 지금 행복 
나이 들수록 적성 맞는 일 찾아야 해

강지원 변호사를 만났다. 10년 전, 환갑 즈음에 서울에서 화성 산자락으로 이사 가면서 차도 버렸다는 강지원 변호사는 서울에 올라온 김에 5개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역 인터뷰 장소를 찾았다. 인터뷰를 위해 전화로 건강도시 기획의 취지를 설명하고, 통곡물 전문가로서 음식과 건강, 나이 듦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다고 했을 때, 강 변호사는 “통곡물에 관심을 가져줘서 오히려 감사하다”며 인터뷰에 쾌히 응했다. 강지원 변호사는 만나자마자, “저는 학자도 의사도, 건강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공부하고 실천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 짱짱하고 유명한 강지원이 아니라, 많은 것을 비우고 깨닫고 간결해진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이었다. 

강지원 변호사는 비행 청소년을 추궁하는 검사의 자리에서 벗어나 청소년을 변호하고 돕는 사회운동가로, 통곡물 자연식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건강전도사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도전해야 할 정상이나 목표는 없다.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흘러흘러 온 길이다. 만약 청소년기에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절대 법조인은 되지 않을 거라는 그는 자신의 경우 나이 들어서라도 적성을 찾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한다. 

강지원 변호사가 통곡물 만큼이나 중요하게 강조하는 점은 바로 노년기의 적성찾기였다. 나이 들수록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 하고, 그래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돈과 명예로부터 자유로운 일이 주는 행복감이다. 스스로 공부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이웃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를 통해 건강과 나이듦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혜성 : ‘통곡물자연식운동’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3년 MBC 뉴스 생방송에 출연했을 때예요. 한참 배가 고플 오후 5시라, 방송 직전에  칼로리가 높은 빵 종류를 왕창 섭취하고 두 시간을 버텼어요. 8개월 정도 지나서 체중을 쟀더니 5kg 이상 쪄 있는 거예요. 그런데 먹는 거를 조절하니 다시 체중이 빠졌어요. 그래서 1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음식 특히 ‘통곡물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강 변호사의 ‘주식(主食)혁명’은 주식인 쌀과 부식인 반찬으로 구성된 우리의 식단에서 흰쌀, 흰밀가루가 아닌 통쌀, 통밀, 통곡물로 바꾸자는 먹거리 운동이다. 통곡물인 현미의 쌀겨와 쌀눈을 도정한 것이 백미 흰쌀이다. 보리와 밀을 도정하면 흰보리, 흰밀이 된다. 통곡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깎아 버려진 현미의 겨와 눈에는 백미와 비교할 수 없는 단백질과 지방이 함유되어 있다. 정제된 흰 곡물은 부드러워 많이 씹지 않고 넘기게 되지만 체내 당을 급속히 올려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고, 저혈당으로 인해 또다시 당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 결국 탄수화물 중독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없는 백미는 빨리 먹게 돼 포만감을 느끼는 시간이 늦어지고 과식하게 된다. 반면 현미는 딱딱해서 오래 씹어야 하므로 천천히 식사하게 되고 식이조절도 가능하다. 영양학적이고 의료상의 측면과 아울러 뇌과학적으로도 통곡물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김혜성 : 통곡물이 몸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통곡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큰 사회 변화가 올 거예요. 통곡물은 도정을 하지 않으니까 농민들은 단가를 낮춰서 이득, 소비자들은 싸게 살 수 있으니까 경제적으로 이득. 또 밥을 오래 씹으니 포만감이 빨리 오고 그러면 밥값도 절약되고 다이어트도 되고. 국민 건강이 좋아지니까 의료비가 절반밖에 안 들고. 술·담배처럼 흰쌀 먹지 말라고 하는 금지법이 아니라 선택권, ‘식사 인권’이라고 해야 하나? 통곡물을 먹을 기회를 보장하라는 거지요. 공직사회와 사회가 변해야겠지만 공무원들이 젊으니 관심이 별로 없는 거 같고. 제빵회사나 회사가 연구하면 좋겠지만….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여론화가 되기 시작하면 후닥닥 바뀝니다. 무섭습니다. ‘어 요즘은 흰 빵 안 먹어’, ‘누가 흰 쌀밥을 먹어’ 이런 인식이 퍼지면 금방 변할 수 있습니다. 

강지원 변호사는 나이 들수록 적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돈과 명예를 내려놓고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단다.
강지원 변호사는 나이 들수록 적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돈과 명예를 내려놓고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단다.

노미화 : 통곡물을 먹는것 이상으로 씹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계신데,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입에서 오래 씹어야 맥아당이 엿당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엿같이 맛있으니까 엿당이라고 하는 거예요.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침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소화도 잘되는 거예요. 입에서 충분히 씹어라. 그다음에 삼켜라. 입안에서 죽처럼 될 때까지. 몇 분 동안, 몇 번 씹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횟수와 시간 상관없이 ‘알갱이 하나하나가 박살 날 때까지’ 씹으라고 합니다. 청소년들한테 현미밥 씹기는 뇌를 자극하고 전신 혈액순환을 시켜서 기억력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좋아져요. 부모에게 대들던 아이들이 오래 씹다 보면 성격도 좋아지고 인성도 좋아지는 걸 자주 봅니다. 노인들의 경우 치매 예방에도 좋고요.

저도 처음에는 오래 씹기 위해 밥 한 숟가락을 물고 옷 갈아입으러 왔다 갔다고 했어요. 부부가 식탁에서 15분 동안 서로 밥 먹는 거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으려니 얼마나 어색했겠어요. 그런데 천천히 씹고 먹는 것에 집중하게 되니까 마음이 가라앉고 명상과 같은 시간이 되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제 부인이 김영란 판사예요. 저는 검사고요. 서로 만만치 않았죠. 특히 저는 하나하나 잔소리를 하는 타입인데. 잔소리가 없어졌어요. 분노하거나 기분 나쁜 일도 줄어들고. 마인드 컨트롤이 저절로 되어가는 듯한. 내가 도사가 되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김혜성 : 통곡물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돌보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에게 건강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평생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육성할 것인가?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를 고민해온 사람이에요. 과거에는 인성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니까 심리학적 접근이나 정신의학적인 접근을 했었어요. 몸에 대해서는 고작해야 마약· 술· 담배 몸에 해롭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음식 먹지 마라, 안 좋다. 그 정도였지 얼마나 심각한지는 몰랐어요. 그런데 먹는 것을 바꾸니 인성이 바뀌고 성격이 변해요. ‘아 이걸 내가 몰랐구나! 크게 깨달았죠. 그래서 청소년 지도할 때 지덕체(智德體)를 ‘체지덕(體智德)’으로 바꾸어서 하자고. 제가 그랬어요. 지와 덕만 강조하다 보니 체는 뒤로 밀리는 것 같더라고요. 체는 몸이고 지덕은 마음이에요. 몸과 마음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와 덕과 따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데 말이에요. 체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노미화 : 성인들도 체지덕이 중요하겠죠?

젊은이와 노인의 체지덕은 달라요. 인생을 높은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등산으로 예를 드는데요. 젊을 때는 정상이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올라가는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요. 정상에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잖아요. 내려오는 과정이 노년이죠.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면, 내려올 때는 조금 여유가 생겨요. 풍경도 보고 좌우도 보고요.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남도 보고 이웃도 보고 봉사도 하게 되는 거고요.

몸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큰 차이점이란 것이, 내려올 때는 잘못하면 발을 헛디디어서 다치는 수가 생겨요. 올라갈 때보다 훨씬 위험한 거예요. 내려올 때는 다치지 않게 더 조심조심해야 하듯, 통곡물 먹고, 잠 잘 자고, 일정 시간 운동하고 그래야 해요. 젊은 시절에 이런 것은 상상도 못 했죠. 

노미화 : ‘청소년적성 찾기’를 오랫동안 해 오셨는데 은퇴 후 적성 찾기도 필요한 게 아닐까요? 

적성 찾기는 평생 찾기예요. 적성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는 건데 얼마나 신나고 행복하겠어요. 적성에 맞는 대학을 가고 적성에 맞는 직장을 가고 적성에 맞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인생 2막에도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야죠. 우리는 한 번도 이런 걸 배워보지 못해서 어렵다, 잘 모르겠다 하는데. 자기 자신에 물어보는 게 제일 빨라요.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 다르죠.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몸으로, 어떤 사람은 상담이나 대화로. 취미도 잘하는 것도 각자 다 달라요. 노래, 글, 등산 다 달라요. 그래서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해요. 

나는 고시 공부해서 검사하고 변호사 했지만, 나한테는 안 맞아요. “너 잘못했어 안 했어.”, “또 나쁜 짓 할 거야 안 할 거야” 이렇게 따져 묻고, 9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게 나하고는 안 맞아. 요즘 같으면 프리랜서가 더 잘 맞을 것 같아. 그러니까 좋은 세상으로 바꾸려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내 적성이 시키는 대로, 몸이 허락하는 대로 하는 거죠. 

김혜성 : 적성에 맞는 노년기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 걸까요?

노년기는 산 정상에서 집이라는 안식처를 향해 내려오는 거예요. 젊어서는 돈 벌고 싶고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싶고 매스컴에 나와서 알려지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노년기는 비우는 것,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이 비워지면 새로운 세상이 보여요. 남도 보게 되고 봉사도 하게 되고. 왜냐하면, 젊을 때는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급급해서 남이 안 보여요. 노인 되면 내가 그동안에 소홀했던 거, 남에게 상처 주었던 일을 참회하게 돼요. 하나씩 갑자기 생각나면, 내가 왜 그랬지? 떠올라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요. 노년기엔 봉사와 취미도 중요한데. 돈으로 얼마 주고 하는 금전적 봉사 말고, 자식들 키울 때 미처 못 해줬던 따뜻한 말,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말 한마디 봉사가 필요해요, 

노미화 : 노년을 어떻게 보낼 실 계획이신가요?

저는 사회운동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대학에서 사회운동 공부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검찰청에서 비행 청소년을 돕다 보니 여성·청소년 문제가 보여요. 남자들과는 달리 성매매로 팔려가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새로운 문제가 있고. 또 청소년 열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에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자살을 쉽게 해요. 자연스럽게 자살문제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살예방협회’ 이사장을 맡게 됐어요. 이런 거예요. 계획해서 무언가 하려는 게 아니라 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가 보이고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 그래서 새로운 사회, 좋은 세상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찾게 돼요. 그게 제 적성인 거예요. 그렇게 통곡물도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은 내 적성이 시키는 대로 끊임없이, 내 몸이 허락하는 대로 일하며 살아가겠죠. 적성대로 살고 있으니, 지금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이틀 정도 아프고 사흘째 되는 날 죽는 거예요. 

강 변호사는 ‘노년은 65세부터’라는 숫자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이가 아닌 사람마다 노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생의 전환 시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전환 시점이 은퇴와 같은 직업적 요인이 될 수도 있고, 질병이나 사고와 같은 건강상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개인의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적성이 다르듯이 노년기 해야 할 일도 다르다. 노년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그 첫걸음은 욕심을 내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내가 아닌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통곡물 꼭꼭 싶어 먹기, 은퇴 후 적성 찾기, 따뜻한 말 한마디 봉사하기 등등 강 변호사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따라가다 보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진행 : 김혜성 사과나무 의료재단 이사장
정리 : 노미화 건강넷 심리상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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