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고양신문] 국세청은 납세자와 견주어 비교할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적 우위를 지니고 있다. 세무조사관들은 국세기본법에 근거해 세무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무조사 시 세무조사관들의 권한이 남용되는 경우 납세자들이 입는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는 납세자에 대한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권한이 남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정권교체기에 정권에 밉보인 일부기업들이 표적 세무조사를 받고, 가혹한 세무조사의 칼날을 이기지 못해 결국 회사 문까지 닫았던 안타까운 사례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절차적 규정 위반해 부과된 세금은 취소
이제는 국세청의 재량에 맡겨졌던 표적 세무조사는 옛말이 돼가고 있다. 국세청 밀실 속에서만 다뤄졌던 세무조사업무가 조사사무처리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을 뿐만 아니라 신설된 국세기본법 제7장 2조항에 납세자의 권리가 새롭게 규정됐기 때문이다.

납세자의 권리규정에 더해 국세기본법 제81조 4항에 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조항이 신설된 이후 대법원은 세무조사관들이 세무조사 시 납세자들에게 행한 세무조사의 절차적 위법성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세무조사관들이 세무조사 시 세무조사의 절차적 규정을 위반한 경우 법원은 세무조사관들의 조사권 남용금지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는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선진세정 구현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따라서 납세자 입장에서는 국세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원칙과 세무조사의 절차적 규정을 위반한 이유로 법원에서 국세청이 패소한 사례를 잘 숙지할 필요가 있다.

세무조사가 종결된 이후 관할세무서로부터 납세고지서를 통보받은 경우에도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가 위법한 사유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으면 세무서에서 결정고지한 모든 세금이 당연히 취소되기 때문이다.

납세자 권리보호 강조 법원 판결 잇달아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받은 후 조세불복을 통해 과세가 취소된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억압적인 강요로 작성된 문서가 무효가 된 사례(대법원 1988.3.8 선고 88누49)다. 세무조사관들은 세무조사를 마무리하면 최종적으로 납세자를 상대로 문답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때 작성한 문답서의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이 사례의 경우 세무조사관들이 조사가 종결된 후 납세자인 갑을 상대로 문답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상태에서 조사공무원이 납세자 갑에게 서명날인 할 것을 강요한 경우다. 

만약 문답서 날인에 불응할 때에는 조세범 처벌법 등으로 입건할 수도 있으며 개인사업체에 대해 세무사찰을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서명날인을 강요하는 바람에 납세자는 어쩔 수 없이 문답서에 서명날인을 하고 말았다. 결국 세무조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납세자는 세무조사가 종결된 이후에 법원에 조세불복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납세자가 조사과정에서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강요를 받고 문답서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해 세무조사결과로 부과된 세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두 번째는 과세예고통지를 안 한 것은 위법(대법원 2016.4.15. 2015두 52326)하다고 판결한 사례다. 세무조사가 종결되면 과세관청은 국세기본법 제 81조의 15규정에 의거 납세고지서를 발부하기 전에 납세자에게 과세예고통지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필수적으로 행해야 될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세예고통지를 받지 못함으로써 납세자는 과세관청에 과세에 대한 부당성을 항변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됐다. 그래서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상실한 납세자는 부득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판결에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과세관청이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은 것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므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과세관청이 행정집행과정에서 절차적 규정을 생략하는 바람에 엄청난 행정력이 동원된 세무조사 후 결정된 추징세금이 모두 무효판결을 받은 것이다.

세무조사는 반드시 절차적 정당성 갖춰야
세 번째는 다른 목적의 세무조사는 금지(대법원 2016.12.15. 2016두 47659)한 경우다. 국세청 직원이 자신의 지인으로부터 토지매매 관련 분쟁과 관련해 청탁을 받았던 사례다. 청탁내용은 A가 탈세를 했으니 A에 대한 탈세제보를 대신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국세청 직원은 국세청 전산망을 이용해 탈세관련 정보자료를 쉽게 작성할 수 있고, 탈세제보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에 자신과 조직에 심사분석 가점을 받을 수도 있다. 국세청 직원이 청탁을 받아 작성한 탈세제보 자료에 의해 결국 A는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게 됐고, 그 결과 엄청난 세금을 부과 받았다.

세무조사가 끝난 후 자신에 대한 세무조사과정에 국세청 직원이 개입된 사실을 알게 된 A는 법원에 세무조사의 부당성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직원이 청탁을 받아 이루어진 세무조사결과에 대해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대법원은 세무공무원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해 세무조사 자료를 수집하고, 위법으로 수집된 과세자료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 탈세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위의 각 사례에서 보듯 대법원은 세무조사의 절차적위법성과 세무조사관들의 권한남용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적 절대 우위를 가지고 있는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관들이 세무조사 시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무조사관들의 권한이 남용되고 인정된다면 납세자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마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납세자가 겪는 고통은 상상이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무조사의 절차적 중요성과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일관되게 강조하는 법원의 판결은 납세자들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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