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고양신문] 얼마 전 공익법인의 회계부정 의혹사건으로 우리사회가 시끄러웠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공익법인의 회계부정 의혹이 연일 신문과 방송의 주요 뉴스를 차지하면서 국세청이 공익법인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세무조사도 강도 높게 진행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공익법인이 과세관청에 세무신고를 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익법인과 관련된 법령이 상당히 복잡하고 제출해야할 서류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말 결산 공익법인은 3월 31일까지 ‘출연재산 등에 대한 보고서와 외부전문가 세무확인서’를 관할세무서에 제출해야 하고, 결산서류는 4월 30일까지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해야 한다. 

총자산가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수입금액과 출연재산가액 합계가 3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4월 30일까지 결산서류 등을 홈택스에 공시해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세법상 소규모 공익법인도 결산서류 등을 4월 30일까지 공시해야하는 의무가 생겼다. 

무지·무관심이 세금추징의 원인
세법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공익법인과 관련된 법령을 위배하거나 서류작성을 잘못해 증여세나 가산세를 내는 억울함은 없어야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이만저만 아니다.  

2008년 9월 ‘수원교차로’ 창업주인 황 모 씨는 자신이 만든 장학재단에 주식을 출연했는데, 나중에 장학재단에 140억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창업주인 자신에게도 연대납세의무가 부과된 일이 있었다. 최근에는 백범 김구 선생 가문이 세법상 공익법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해외 대학 등에 기부를 한 것이 문제가 돼 수십억원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세금폭탄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익법인이 재산을 출연 받으면 기본적으로 세금이 과세되지 않는다. 공익을 위한 목적에 사용될 재산이니 세금 낼 돈까지 공익사업에 목적에 맞게 사용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수원교차로나 김구 선생 가문의 경우와 같이 기부자가 공익법인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관청은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 48조2항에서는 공익법인과 관련해 증여세 및 가산세가 부과되는 8가지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를 분석하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익법인은 출연 받은 재산을 출연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직접 공익목적에 사용하여야 하고, 운영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운영수익을 공익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만일 출연 받은 재산이나 운영수익을 공익목적 사업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미사용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둘째, 의결권 있는 주식의 지분율이 5%를 초과하거나 성실공익법인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증여세가 과세된다. 공익법인의 주식 지분율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본래 취지나 목적과 다르게 편법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기관에 기부를 한 경우다. 김구 선생 가문의 경우와 같이 세법상 공익법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기관에 기부를 하게 되면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기부할 때에는 사전에 세무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 

의도적 탈루도 결국엔 드러난다
최근 국세청이 공익법인 출연 재산 보고서 제출 기한 도래를 알리면서 일부 공익법인의 탈루 사례를 공개한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A사는 출연 받은 토지에 건물을 신축한 뒤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저가에 임대하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현행법은 공익법인이 출연 받은 재산과 그를 바탕으로 취득한 재산을 특수 관계인에게 정당한 대가 없이 빌려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국세청은 해당 건물의 정상 대가와 계열사가 낸 저가 임대료 차익에 해당하는 출연 재산을 증여했다고 보고 증여세 수십억원을 과세했다. 

다른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B사는 계열사 대표 2명을 재단 이사로 선임해 성실 공익법인 요건인 ‘특수 관계인 이사 기준 5분의 1’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 사실을 몰랐던 B사는 한국 계열사 주식 5%를 계속 초과해 보유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성실 공익법인이 아닌 법인은 한국 계열사 주식을 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국세청은 B사가 5%를 초과해 보유한 한국 계열사 주식 몫에 대해 가산세 수백억원을 추징했다.

또 다른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C사는 계열사 이사로 근무하다가 퇴직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특수 관계인을 임직원으로 채용해 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서는 출연자 및 그 특수 관계인은 공익법인에 임직원으로 취임할 수 없게 돼 있다. 국세청은 해당 공익법인이 특수 관계인에게 지급한 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 직·간접 경비 전액에 대해 가산세 수억원을 과세했다.

이처럼 의도적 탈루로 인해 세금을 추징당하는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는 공익법인이 법 규정에 대한 무지가 근본적 원인이 돼 법 위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익법인 관계자는 반드시 관련 세법내용을 정확히 확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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