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고양신문] 한 달 전 아주 특별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주인공은 필자의 유튜브 채널 ‘세무조사 5분 특강’을 시청한 K라는 사업자였다. K씨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유는 “익산에서 해양스포츠 체험사업을 하고 있는데 세무상담을 받고 싶다. 지금 당장 갈 테니 세무상담을 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익산에도 세무사가 많은데 굳이 일산까지 왜 오려고 하는지 물었더니 “차명계좌를 이용해 사업을 하다가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 세무사님의 유튜브 강의 내용이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상담을 받고 싶다”라고 거듭 요청을 해왔다.
결국, K씨는 4시간 반을 운전해 전북 익산에서 고양 일산까지 필자를 찾아와 세무상담을 받고 돌아갔다.
차명계좌 세무조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K씨가 그 멀리서 찾아와 상담을 받았던 걸까. 차명계좌란 사업자명의 계좌가 아닌 타인 명의의 모든 계좌를 말한다.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종업원 이름의 계좌, 법인이 아닌 법인의 대표자 개인 계좌도 모두 차명계좌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합법적인 차명계좌는 없다. 최근 차명계좌 신고나 탈세 제보가 빈번해지면서 K씨처럼 갑작스러운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서 엄청난 불이익과 함께 심지어 사업을 접어야 할지까지 고민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차명계좌를 사용하면 어떻게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되고 세무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차명계좌 세무조사 대상자는 크게 네 가지 사유로 선정된다.
첫 번째는 탈세 제보다. 탈세 제보는 주로 나를 가장 잘 아는 지인들이 한다. 동업자나 내부직원 또는 거래처 사장 등 주변 인물들이 제보하는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자신이 크게 손해를 봤다고 생각될 때 주변 인물이 나를 탈세자로 제보한다. 주변 지인들은 나의 차명계좌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굳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책잡힐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거래상대방 세무조사 시 파편을 맞는 경우다. 거래상대방이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거래처와 연관된 내용으로 내가 차명계좌 세무조사대상자로 선정될 수도 있다. 상대방과 거래 시 차명계좌를 사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부득이하게 차명계좌를 사용했다면 차명계좌 거래 내역에 대해 철저하게 세무조사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세 번째는 세금포탈혐의가 큰 업종이 차명계좌 조사대상자로 선정되는 수가 있다. 일명 민생침해사범이나, 호황업종으로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유흥업소나 대부업자, 사행성 게임장, 장례업자, 인테리어 업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유흥업소 등의 경우 직원 명의로 위장사업장을 개설하거나 친인척계좌를 통해 매출누락을 하다가 차명계좌 세무조사대상자로 선정돼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네 번째는 거액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고액예금 자산을 소유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나이, 직업, 소득에 비교해 자신의 경제적 능력 이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고액예금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런 경우 과세관청에서는 차명계좌를 사용한다고 의심하고 세무조사대상자로 선정한다.
차명계좌를 사용하다 세무조사대상에 선정돼 세무조사를 받을 때는 일반세무조사와 달리 차명계좌 사용을 조세 범칙행위로 보고 일반신고불성실가산세 20%의 두 배인 40%의 신고불성실가산세가 적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차명계좌와 관련된 소득이 사기 등 기타 부정한 방법에 따른 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조사대상 기간이 일반적인 조세 부과제척 기간인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될 수도 있다. 그리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조세 포탈범으로 고발돼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던 차명계좌사용으로 인해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명계좌를 사용해 불법을 저질렀으니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조사관들의 처분에 맡기고 그만 사업을 접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조사 기간 중 최선을 다해서 세무조사에 대응해야 한다. ‘수익 있는 곳에 비용이 있다’는 말처럼 차명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모두 수입금액은 아니고 관련된 비용이 있다는 것을 최선을 다해 소명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상황 이상으로 세금폭탄을 맞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차명계좌를 사용하다 세무조사대상자에 선정된 사업자가 세무조사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소명한 결과, 조세 포탈범으로 고발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최소한의 세금추징으로 세무조사를 마무리한 사례도 있다.
결론적으로 차명계좌는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차명계좌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사업용 계좌를 사용하면서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세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인 선택이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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