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고양신문] 서울 강남의 유명교회 담임목사인 K씨는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영어캠프를 개설했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K목사가 설립한 교회부설 어학원 출신 학생들이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200여명의 학생들이 등록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영어캠프의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영어캠프의 탈세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다.
K목사 : 영어캠프 참가비는 어학원과 교회 계좌로 반반씩 나눠서 입금해주세요.
학부모 : 영어캠프를 보내는 건데 왜 반을 교회 계좌로 입금해야 하나요?
어학원 : 수업이 교회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반은 캠프헌금으로 받아 교회에서 하는 여러 가지 좋은 일에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K목사는 학부모들에게 캠프 참가비를 영어 학습비와 캠프헌금으로 구분해서 각각 다른 계좌에 입금하도록 안내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혹시라도 캠프에 참가한 자녀들에게 불이익이 갈지 모른다는 생각과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는 K목사의 말을 믿고 따랐다.
그러나 교회와 부설 어학원을 운영하던 K목사는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포착돼 한 달 동안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세무조사관은 “영어캠프의 수입금액이 누락됐군요. 소득세를 더 내야합니다”라고 했다. K목사는 “캠프헌금은 학부모들이 교회에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사관으로부터 “영어 교육비로 받은 것이니 헌금도 아니고 종교 목적을 위해 받은 기부금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국세청은 어학원 홈페이지와 블로그 홍보자료에 캠프의 목적은 영어실력 향상과 명문대 진학이라는 점이 분명히 나와 있음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벌어들인 종교사업 소득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국세청이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는다. 그러나 K목사가 운영하는 교회 부설 어학원은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국세청은 K목사가 어학원의 영어캠프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K목사의 어학원 수입금액에 대해 세금을 고지했다.
K목사는 과세 전 적부심사를 통해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20일 간의 재조사를 진행한 끝에 K목사가 별도로 받은 영어캠프 헌금도 소득세 과세대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명목상은 종교 목적의 헌금이지만 실제로는 교육 서비스업을 통해 발생한 소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추징당한 K목사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영어캠프가 순수한 종교 목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득세를 돌려받기 원했다. 캠프를 실시한 장소가 교회였고, 성경 교육도 실시했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캠프헌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캠프헌금은 학부모들이 교회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낸 자발적 헌금이라고 주장했다.
심판원의 심사 과정에서 K목사와 국세청은 캠프헌금의 목적에 대해 팽팽하게 입장이 맞섰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심판원은 국세청의 과세에 문제가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캠프가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강사진도 대부분 어학원 소속이었기 때문에 교육 서비스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K목사는 국세청이 추징한 종합소득세를 고스란히 낼 수밖에 없었다.
교육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세를 과세한다. 종교단체가 본연의 목적이 아닌 영어캠프와 같은 교육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낸다면 세무당국에서는 당연히 수익사업으로 판단해 과세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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