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고양신문] 약 10년 전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5만원권 돈뭉치 110억원이 쏟아져 나온 사건을 독자여러분들도 기억할 것이다.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원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이 돈은 마늘밭 주인인 이씨의 처남이 이씨에게 맡긴 돈이었다. 자신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수료를 세무조사가 두려워 금융기관에 예금하지 않고 매형인 이씨의 마늘밭에 아무도 모르게 감춰두었던 것이다. 뜻밖에도 그 돈다발은 마늘밭에서 나무를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장비기사의 신고로 그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 버렸다.   

그런가 하면 강남 모 성형외과 비밀금고에 있던 5만원권 돈뭉치 80억원이 세무조사과정에서 발견되는 일도 있었고, 모 백화점 물품보관소의 택배상자 속에 잠자고 있던 5만원권 2만장인 10억원이 한 시민의 신고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렇듯 5만원권 돈뭉치 사건은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만원 지폐회수율은 5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5만원권 회수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미 회수된 5만원권중 상당액이 지하자금으로 은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정부는 이렇게 5만원권 지폐가 지하자금으로 은닉되거나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역할을 강화시킨바 있다. 

금융거래법에 따라 모든 금융회사는 고액현금거래와 자금세탁의심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탈세혐의가 있는 고액·의심거래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한다.  

고액현금거래는 1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를 하는 경우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제도이고, 자금세탁의심거래는 금액에 상관없이 자금세탁의 의심이 가는 거래의 경우 금융기관이 그 의심거래행위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9년 6월까지는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 기준금액이 1회당 2000만원 이상이었지만, 2019년 7월 1일부터는 1000만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고액현금거래에 대해 관계기관에서 더욱 촘촘히 탈세여부 등을 살펴보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 

고액현금이 지하자금화 되면서 탈세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과세관청이 어떻게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A씨는 아들에게 아파트를 장만해 주면서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은행대출 5억원을 아들 이름으로 받았다. A씨는 '아들이 30세가 넘었고 그동안 직장생활을 5년이나 해왔으니 아들 명의로 아파트를 하나 구입하는 자금출처와 관련해선 별문제 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들이 은행대출을 받은 지 얼마 후 A씨는 고액현금을 여러 번에 나눠 인출해서 아들에게 주어 그 현금으로 은행대출을 갚도록 했다. 

A씨는 은행에서 고액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국세청에서 부동산취득과 관련된 대출금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하며 자금출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미처 알지 못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에 보고한 고액·의심거래 자료에 의해 결국 A씨는 세무조사를 받게 됐고, 그 결과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현금거래 보고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국세청에서는 현재 고액·의심거래 자료를 현장정보와 연계해 체계적인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공정한 세무조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따라서 납세자들은 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의심거래 보고제도를 잘 숙지해서 과세관청으로부터 불필요하게 세무간섭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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