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고양신문] 세계 최고수준의 증여세와 상속세로 인해 기업 자체가 부실해지고 수증인과 상속인들이 고통을 겪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부지기수로 많다.

몇 해 전 일산 신도시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던 A 대표가 눈가에 있는 주름 제거 수술을 받은 후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건강에 대해 자신하던 그였기에 A 대표와 가족들은 상속세는 그저 남의 일로만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A 대표가 갑자기 사망하자 영화 속 이야기들이 실제로 A 대표의 가족들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오너의 부재로 인한 경영난과 더불어 엄청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법인 대표가 갑자기 사망하자 상속인들에게 채무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받아야 할 채권은 확인이 어려웠다. 상속인들은 당장 수십억 원의 상속세도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처럼 법인의 대표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상속인들이 엄청난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업의 대표가 건강할 때 미리미리 미래에 다가올 상속세에 대해 준비하고 재원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세법상 기업인들이 징벌적 수준인 상속세를 피해갈 방법이 있다. 바로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다. 중소·중견기업 경영자의 고령화에 따라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계획적으로 사전 상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가업주식을 증여하는 경우 100억 원을 한도로 5억 원을 공제 후 30억 원 이하는 10%, 30억 원 초과 시 20%라는 저율의 증여세를 매긴다. 

이렇게 기업인들이 상속세를 피해갈 방법이 세법에 마련되어 있음에도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는 그동안 깐깐한 적용대상 요건과 사후관리규정으로 인해 유명무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가 경영계의 고충을 고려해 ‘2023년 적용 세법개정안’에 가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 뉴스에 버금가는 가업 승계 제도 개편내용을 담았다. 기업의 오너가 사망한 후에 적용받는 가업상속공제와 달리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오너가 생존 시 적용받기 때문에 사전증여가 가능하며 민사신탁과 결합해 준비하면 안정적인 경영권확보와 더불어 증여세를 상당히 절세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제도다.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와 관련해 과세특례 적용대상 확대, 공제한도 확대, 사후관리 완화 등 내년부터 크게 달라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용대상 기업이 대폭 확대된다. 현행세법상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 적용대상 기업은 중소기업 및 매출액 4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이었으나 개정안은 매출액 1조 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상향돼 모든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견기업이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둘째, 증여자 지분요건이 완화된다. 증여자가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대상기업의 최대주주이거나 지분 50% 이상(상장법인 30%)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했지만, 지분 40% 이상(상장법인 20%) 보유 요건으로 완화된다. 과거에는 법인설립 시 과점주주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대표와 가족들이 50% 미만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설립 시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 외부투자를 받으며 지분율이 50% 미만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분율 50%(상장법인 30%)를 보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서 지분율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더 많은 기업이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셋째,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한도가 10배로 인상된다. 종전에는 증여세 과세액에서 100억 원 한도로 5억 원 공제 후 30억 원 이하 10%, 30억 원 초과 시 20%의 증여세율을 적용했다. 그러나 개편안에 따르면 최대 1000억 원을 한도로 10억 원 공제 후 60억 원 이하 10%, 60억 원 초과 20%의 증여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적용 한도가 무려 10배나 증가하면서 대부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사후관리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 기존 세법규정은 수증자가 5년 이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하며 7년간 대표이사직을 유지해야 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3년 안에 대표이사에 취임해 5년간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 된다.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로 증여세를 감면받은 후에 사후관리요건을 위배하게 되면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당하게 된다.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과세관청의 사후관리 기간이 2년 전에 10년에서 7년으로 개정된 바 있는데 2년 만에 또다시 7년을 5년으로 단축함으로써 더욱 많은 기업이 사후관리 걱정 없이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다섯째, 업종 변경 범위가 확대된다.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적용을 받은 업종을 중분류에서 대분류 내 변경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기존 세법에 따르면 제조업을 하는 기업이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적용을 받으면 도소매업으로 업종 변경이 불가능했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대분류 내 변경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더욱 자유롭게 업종 변경을 할 수 있게 했다.

여섯째 납부유예제도가 신설된다. 수증자가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확정된 증여세를 납부 유예하는 제도가 신설된다. 증여세 납부로 인한 재정압박 없이 가업 승계 증여특례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중견기업은 납부유예제도 적용이 제외된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연말에 국회를 통과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가업 승계 공제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던 기존세법상 문제점들이 대거 제거되고 공제 한도가 대폭 상향되면서 내년부터는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포함한 가업 승계 공제제도가 매우 활성화될 것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